지난 연말 대형 동물약품 도매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인해 동물약품 제조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시장 전체가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번 부도를 단순히 한 업체의 부도로 보지 않고 도매상에 의존하고 있는 동물약품 판매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업계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침체 속 과도한 출혈판매·수금악화 원인 제조업체 대다수 도매상 의존 영업…피해 커져 지난해 12월 대전에 있는 동물약품 도매상인 광영약품과 한젠이 연이어 부도를 냈다. 광영약품의 경우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액만 해도 40억원을 훌쩍 넘겨버리고 있다. 피해사는 30여개 제조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젠의 부도로 인한 피해액도 1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체된 시장규모와 낮은 마진률을 감안할 때 이번 50억원 가량의 피해액은 “동물약품 업계 전체가 1년 농사를 헛지었다”는 볼멘 소리가 그리 과장돼 보이지 않게 한다. 이번 부도사태는 우선 이들 도매상의 무리한 제품판매와 수금악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점유율 경쟁 속에서 도매상들이 출혈경쟁을 강행했지만 축산경기 침체속에 수금이 뒷받쳐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들 도매상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씀씀이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대형 도매상에 의존을 하고 있는 동물약품 제조업체의 영업형태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무래도 영세한 제조업체로서는 상대적으로 인력이나 관리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도매상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좋은 매출확대 방안이 됐다. 그렇다보니 제조업체들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도매상에 끌려다니게 됐다. 제조업체들은 수금이 밀려 있는 데도 도매상의 제품공급과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고 도매상들은 이를 악용, 제품공급을 다시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여기에다 제조업체들은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채 수년 이상 제품공급을 지속하면서 피해액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담보설정을 하지 않은 제조업체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게 된 것이다. 업계는 이번 부도 사태가 다른 도매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신중한 판매망 선정, 판매망 다각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도매상에 대한 판매의존도를 줄이고 소매점이나 농가를 직접 공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성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피해에서 다국적 기업이 모두 빠져있다는 것도 세밀한 시장전략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가 낮은 국내 업체가 소매점이나 농가를 직접 공략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이번 부도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실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쌓으려는 노력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