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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20년 일궈온 농장운명 남에게 맡겨야 하나…”

■ 현장르포 - 뿌리채 흔들리는 양돈기반 / 김동환 양돈협회장 동행취재기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 시름에 빠져있는 양돈현장을 찾은 김동환 회장<사진 오른쪽>이 유남규씨의 어려움을 듣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른 아침 경기도 지역 3천두 사육규모 양돈장을 찾은 대한양돈협회 김동환 회장.
피폐해진 농심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보고자 양돈현장을 찾아나섰지만 “차비조달 조차 여의치 않아 전남 영광에 계신 장모님이 지병으로 위독하신데도 지난 설에 찾아뵙지도 못했다”는 40대 농장주의 한탄에 막상 말문을 열지 못했다.
돼지소모성질환에서만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에 지난해 처갓집으로부터 적잖은 액수의 돈까지 끌어들여 농장 리모델링에 나섰지만 그 결실은 기대만큼 얻지 못한 채 부채부담만 증가, 현금이 아니면 사료를 구입하지 못하게 된 현실에 이 양돈농가는 넋을 잃고 말았다.
더구나 하루하루 ‘급전’을 통해 사료를 확보해야 할 입장이다 보니 설 연휴가 이래저래 원망스러웠고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다고.
양돈업계가 황폐해져만 가고 있다. 종돈장이나 AI센터는 물론 기자재나 동물약품 등 양돈장과 관련된 모든 유관업종까지도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 하지만 올초에 이은 사료가격 추가 인상 소식은 그나마 남아있던 사육의지 마저 상실케 하고 있다.

동료 농부도·야반도주 이젠 소식거리도 안돼
‘급전’ 사료값 확보…“희망 보여야 힘이라도…”

■상위농장도 대출로 연명
같은날 김동환 회장과 함께 찾은 또다른 양돈농가 유남규씨(충북 제천시 봉양읍 창평리). 그는 지난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인근 농협에서 6.5% 이자로 대출을 받았다. 돼지 1천5백두 일괄사육규모에서 월평균 2백20두 이상을 출하, 소위 상위급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유씨지만 지난달부터 적자경영에 들어서다보니 대출이 아니고선 농장은 물론 가계운영마저 불가능했기 때문.
“인건비 최소화와 함께 위축 자돈이나 모돈의 조기 도태 등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할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농장경영에 따른 적자가 월 5백여만원에 달한는 것 같다”는 그는 “일단 대출받은 돈으로 외상사료는 피하고 있지만 어차피 금융이자가 생산비에 포함되는 데다 생활비도 들어가다 보니 오래 지속될수 는 없는 상황”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유씨 농장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최상위급 생산성을 유지하며 가족 노동력 중심으로 운영, 그나마 형편이 나았다는 양돈농가들도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맥스피드 김형린 대표는 “규모나 생산성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양돈농가들이 적자경영에 빠져들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사료업체들 사이에서 결제가 부실한 농가들이 서로 떠넘겨지는 이른바 ‘폭탄돌리기’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다음호
얼마전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부도소식이 끊이지 않으며 이젠 더 이상 새로운 관심사가 되지 않고 있다.

■3개월 지속시 줄줄이 부도
경남 김해의 한 대규모 농장의 경우 그 부도 규모가 1백억원에 육박, 사료에서부터 동물약품, 종돈과 돼지정액에 이르기까지 거래 업체들의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농장주는 이미 외국으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야반도주’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
이에 돼지를 며칠동안 굶겼다는 소식도 일부 전해지긴 하지만 아예 이야기 거리에도 끼지 못한다는게 현장의 분위기.
모돈 4백두규모농장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한 양돈농가는 “사료공급을 끊겠다는 사료회사에 농장을 직접 운영하든가, 돼지를 죽이든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며 “그간 폐사가 많아 고돈가에도 많은 돈을 못본게 잘못이긴 하지만 20년간 피땀흘려 일궈온 농장의 목숨을 남의 손에 맡기게 된 현실에 잠도 못잔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다만 상당수 농장들이 정리단계에 돌입했거나 사실상 농장경영권이 사료회사 등에 넘어가는 추세임에도 불구,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규모 농장외에는 폐업이나 도산사실이 아직표면화 되지 않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경영권 포기나 부도소식이 알려진 농장도 ‘살생부’로 불리우는 사료업체들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농장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충남지역의 한 사료대리점 관계자는 “그나마 버틸수 있는 시간은 길어도 3개월 정도”라며 “이기간 동안 사료가격이나 돈가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양돈장의 ‘줄줄이’ 도산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농장방역 붕괴 우려
이러한 최악의 경영난속에 양돈농가들의 사육의욕을 상실에 따른 농장관리 부재와 원칙없는 원자재 투입비 절감시도는 양돈장 질병방역에 커다란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건비 지급이 지연되면서 근무인력이 대거 이탈하거나 직원통솔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부 대규모 농장은 더욱 심각할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돈열이 발생한 충북의 한 양돈장 역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농장주가 농장 돌아가는 일에 제대로 관심을 쏟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게 주변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현장의 수의전문가들은 “돼지를 굶기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선 농장들로선 아무래도 방역은 뒷전일수 밖에 없다”며 “최근 PED가 빠르게 확산되는 등 돼지소모성질병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료품질 마저 저하 된데다 첨가제 사용도 거의 중단되면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돈육품질 제고 역시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곧 소비자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결과적으로 국산 돈육이 설땅 마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무엇보다 큰 요인은 바로 양돈농가들 사이에 점차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시점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자포자기 추세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농가들의 동요가 IMF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개의 농장 가운데 한농장을 정리했다는 한 양돈농가는 “힘들어도 좋아진다는 희망만 있다면 ‘달러돈’ 이라도 구해 농장을 유지하고 돼지 관리에도 관심을 놓지않는게 양돈농가들의 심리”라며 “하지만 IMF시기와는 달리 향후 몇 년간 사료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농장 정리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유남규씨 역시 생각이 다르지 않다.
“농장이 많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돈가 역시 어느 시점에 가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사료값이 지금 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 때가서도 늘릴 생각은 없다. 워낙 사료값이 많이 올라있는 상태에서 사육두수가 지금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그에 준하는 돈가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조원을 사료구매자금으로 투입한다는 인수위의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밑빠진독에 물붙기’ 라는 시각이 양돈농가들 사이에 팽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희망 찾을수 있는 동기 ‘관건’
김동환 회장은 이와관련 “이번기회에 경쟁력이 없는 농가가 구조조정돼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적자경영에 따른 부채규모 확대와 금융이자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 경쟁력있는 농가들 마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 이들이 빠지고 나간 빈자리가 채워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실성이 결여된 정부통계와 이를 토대로 이뤄지는 정부관계자들의 양돈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산업전망도 양돈농가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는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흑자경영을 전망한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양돈농가들 지적하는 그 대표적 사례.
일선 양돈현장의 심각한 현실을 둘러본 김회장은 “지금 당장 돼지를 굶기지 않을 사료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몸담은 산업에 대한 희망을 가질수 있는 동기가 양돈농가들에게 제시돼야 한다”며 “이를위해 정부와 생산자단체는 물론 사료와 유통, 가공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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