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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화제의 현장> 젖소 ‘저지종 육성사업 공청회’에선

경기도, 국산 유전자원 저지 브랜드로 선봉에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량 세계 5위에 오르는 등 낙농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사료값 폭등, 저출산, 탄소중립, 소비트렌드 변화 등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코자 국내에선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로 모색이 한창인 가운데, 저지종 도입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 비중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 역시 도내 낙농가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저지종 사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축산진흥센터(소장 이강영)는 지난 13일 ‘저지 육성사업 공청회’<사진>를 개최하고 도내 저지종 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 저지종 산업 동향과 현안을 정리해보았다.


농가 참여 확대 과감한 당근책 부여…유대체계 개편도 필요


국산 우수 유전자원 공급체계 마련 박차

정찬성 연구사는 고가의 해외 저지종 정액 및 수정란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유전자원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경기도 축산진흥센터는 저지종 10두(수정란 생산용 5두, 씨수소 5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저지종에 대한 집중 매입과 번식 작업을 통해 수소 50두, 암소 200두를 확보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저지 씨수소 선발 및 선발된 개체의 승가훈련에 돌입하고, 3월부터 성감별 동결정액 생산(400straw 생산/200straw 보급), 4월부터 수정란 생산(체내 100개/ OPU-ET 100개)을 목표로 시범사업을 통해 저지종 도입을 원하는 농가들에게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정찬성 연구사는 “내년 저지종 사업을 위한 예산은 1억5천 만원으로, 내부 심사 기준을 통해 선발한 농가를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며 “도내 저지 사육농가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기도 저지 브랜드 출품을 위해 노력하고, 저지종 우유가격 차별화(유대체계)를 위한 관련 법규 개정 등을 지속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품종·유제품 다양화 추세 공략

서울우유 생명과학연구소 김형중 차장은 ‘저지 증식과정과 사육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우유 생명과학연구소는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해외서 수입한 수정란으로 송아지를 생산했다. 김 차장은 “세계적으로 젖소의 품종 다양화가 진행되고 저지 사육두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낙농경영환경 개선과 유제품의 신시장 개척 기반 구축을 위해 저지종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소는 성감별 수정란을 생산해 2021년부터 조합 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있으며, 46.2%에 불과하던 수태율을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한 동결수정란으로 55%까지 끌어 올렸다.

현재는 저지 암소 202두를 사육 중이며, 하루 1천500톤의 저지유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이 원유를 활용해 2020년 국내서 처음으로 저지우유를 시중에 선보였으며, 올해 11월 이를 리뉴얼해 재출시했다.

김 차장은 “저지종 사육방식은 홀스타인종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저지 암송아지 생시 체중은 평균 25kg으로 홀스타인종(평균 42kg)보다 크기가 작아 송아지 포유량은 홀스타인 대비 75% 수준으로 급여해야 하고, 송아지 깔짚은 반드시 짚류로 깔아줘야 송아지가 톱밥을 먹고 탈이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사육 노하우를 설명했다.

이어, “저지종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유대단가를 일반 원유와 같다고 가정했을 시 저지종(연구소 기준)의 사료섭취량은 홀스타인종의 약 74.3%, 원유생산량은 약 70.3%로 생산측면에서 불리해 유대단가의 차별화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해외의 경우 홀스타인종과 저지종을 같이 사육해서 유단백을 끌어올리는 곳도 있지만 국내 저지종 정착을 위해선 강한 의지가 있는 농가를 중심으로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 농가 경제적 효과 보장 돼야

저지종 산업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성을 보유해야 한다. 몇몇 농가들이 저지종을 사육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하나로 집결시킬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저지우유를 출시한 서울우유조차 소규모 생산으로 일부 유통업체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등 아직까진 시장반응을 살피는 수준이다.

공청회에서도 도내 저지종 확대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여주의 한 농가는 “경기도서 5년동안 수정란 공급 사업을 했지만 농가와의 연계가 되지 않다보니 저지종 한두마리 씩 가지고 있는 농가들이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다. 농가가 보유한 저지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액 및 수정란 보급 사업을 하더라도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운목장 이영병 대표는 “농가들이 저지종 사업에 참여했을 때 최소한 기존의 목장을 했을 때 만큼의 경제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농가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유업체들도 저지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대를 더 지불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R&D부문의 예산 투자와 함께 저지종 사업 참여농가에게 유대를 보전해주는 제도로 농가들이 참여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 전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양신철 부장은 “세계적으로 젖소의 4~5%가 저지종으로 사육두수는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저지 유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북해도에서 1957년 처음 저지종을 도입한 이래로 저지 암소 1만1천두를 사육 중이나 최근엔 감소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저지협회 전무에게 문의를 해보니 일본의 유가정책이 저지종의 특징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하나의 트렌드로만 유지하고 있다. 쌀이 주식인 아시아 국가에서 저지종 보급을 확대하려면 고령화, 저염에 타깃을 맞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출발은 늦었지만 우수 유전자원 개량을 통해 농가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저지종의 원유생산량은 연간 5~7천kg인데 개량을 통해 9천kg까지 늘리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 맞춰 소비자 다양한 기호 충족

국내서 저지종 사업은 미개척 분야인 만큼 사업이 성공 가능성을 판가름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 지자체, 농가들이 저지종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시대 흐름에 맞춰 낙농산업도 변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신철 부장은 “저지종 사업은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형중 차장은 “저지종 사업은 다 같이 뛰어들어야 하는데, 혼자 가려니 아직도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하고 있다. 다만, 농가들만 나서서는 농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강영 소장은 “전국 낙농 1위를 차지하는 경기도의 위상에 걸맞게 저지종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오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도내 농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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