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원유생산량 세계 6위에 오르며 낙농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유제품 관세철폐, 사료가격 폭등, 저출산, 탄소중립, 소비트렌드 변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살아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로 모색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 서울우유협동조합, 제주도 등에선 저지종 도입을 통해 국산 유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경기도 역시 저지종 사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 축산진흥센터는 올해 초 낙농자원팀을 신설하고 저지종 육성 및 산업화를 위한 기반 조성에 돌입했다. 이에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낙농자원팀을 찾아가 사업 방향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저지 전용목장 조성·유대 다양화·사양체계 확립 등 추진

저지종은 우리나라 주요 품종인 홀스타인에 비해 우유 생산량은 낮지만, 유단백·유지방이 높아 고품질 유제품 생산에 적합하다. 또한 탄소 및 인함량을 포함 분뇨배출량이 비교적 적은 품종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품질 유제품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알맞은 품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특성에도 불구하고, 홀스타인 단일 품종으로 유지되어 온 국내 낙농산업 환경에서 농가들만의 힘으로 저지종 육성에 뛰어들기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에 경기도 축산진흥센터는 지자체에서 직접 도내 낙농산업의 신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낙농가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올해 1월 30일 낙농자원팀을 발족하고 저지종 육성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6년 수입 유제품에 대한 관세철폐를 앞둔 시점에서, 수변구역, 도시화 등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향후 도내 낙농산업 기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저지종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낙농자원팀(7개동 74만5천438㎡, 929두 규모)은 화옹간척지 에코팜랜드 부지 내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선 현재 저지종 10두(수정란 생산용 5두, 씨수소 5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씨수소의 경우 유전능력 분석 결과에서 4두가 상위 10%, 1두는 상위 3%에 드는 우수 개체다.
낙농자원팀은 이 자원을 활용, 3월부터 성감별 동결정액(400straw 생산/200straw 보급), 4월부터 수정란 (체내 100개/ OPU-ET 100개) 생산을 시작했다. 저지종 도입을 원하는 농가들에게 집중적으로 보급하고, 향후엔 저지 후보 씨수소 선발 및 수정란 생산을 위해 수소 50두, 암소 200두를 확보해 국산 유전자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낙농가들이 저지종 육성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생산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및 유관기관과 유대 다양화를 위한 논의에 돌입했으며, 목장형 유가공 등 농가를 위한 국비지원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실제 전세계적으론 저지종 비중은 4~5%인데 유대 다양화가 실현된 미국은 20%를 차지한다. 이는 저지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아울러, 저지육성 전용농가 협의체 구성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가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양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저지종 육성정책연구 용역을 실시함과 동시에 2023년 추가경정 예산을 확보하는 등 저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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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이강영 소장
"저지품종 도입 확대…환경적 제약 극복"
저탄소 고부가가치 저지종 고급화 전략 추진
도내 낙농기반 강화…농가 소득 증대도 도모
“경기도는 환경적 제약을 지니고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엔 홀스타인 단일 품종으론 한계가 있다. 이에 저탄소 고부가가치 품종인 저지를 도입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다면 도내 낙농기반 유지와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이강영 소장은 도 차원에서 저지종 육성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또한 농가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지자체에서 저지 육성에 관심있는 농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저지종 육성사업이 시작됐고, 국산 유전자원 보급, 사양체계 현실화, 판로 개척 등의 작업에 착수했다”며 “특히, 가장 민감한 부분은 홀스타인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저지에 대한 유대 문제다. 이를 위해 관계 기관들과 유대 다양화를 검토 중인데, 2025~2026년에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엔 농가별로 저지소를 1~2두 정도만 가지고 있어,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았지만 이번엔 저지소를 집중 육성하려는 농가를 위주로 유전자원 시범사업을 실시해 가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저지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며 “우선은 소규모 유가공시설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저지 유제품 가공을 시작해 유통이 확산되고, 일정부분 시장이 형성되면 경기도 브랜드화도 고려하고 있으며, 유업체들도 자연스레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물론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기 때문에 걱정어린 시선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10년 후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을까 전망해본다”며 “도내 농가들이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