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화 웜벳동물병원 원장(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유산이란 일반적으로 어미 소의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가 죽어서 바깥으로 배출되는 상태를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배아 사망과 태아 사망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수태된 배아가 수정 42~45일 이전에 죽는 경우를 배아사, 그 이후에 죽는 경우를 태아사로 분류한다. 그리고 태아사의 경우를 흔히 유산이라고 하며, 배아사와 유산을 총칭하여 임신 손실이라고 한다.
이러한 임신 손실의 발생은 젖소 목장에서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배아사 또는 유산이 발생한 후 어미 소의 생식기 상태가 회복되고 다시 임신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추가적인 번식 진료, 수정 비용 등의 번식관리비 지출, 분만 간격의 지연에 따른 산유량 손실, 도태 증가 등 막대한 생산성의 감소를 일으킨다.
필자는 국내 젖소의 임신 손실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자, 수태된 젖소 경산우 8천250두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초음파 진단을 통해 수태 후 30일과 45일 사이에 452두에서 배아사가 확인되어 수태우 중 평균 배아사율이 5.5%였으며, 수정 45일 이후 유산이 590두에서 확인되어 평균 7.2%의 유산율을 보였다. 그리고 유산이 발생한 소 590두에서 임신 후 유산이 발생한 시기별로 분류한 결과, 임신 46~100일 사이 18%, 101~150일 27%, 151~200일 41%, 그리고 200일 이후 14%로 나타나, 수태 후 151~200일, 즉 5~7개월령에 유산이 가장 많이 발생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
배아사와 유산에 따른 번식효율 저하와 도태의 발생을 조사하였다. 배아사 발생 소, 유산 소 및 배아사와 유산 모두 발생한 소들이 다시 임신 될 때까지의 공태기간을 확인한 결과, 임신 후 태아 손실이 없었던 소들에 비해 평균 109일, 201일, 279일이 연장되었다. 더욱이, 도태율은 배아사, 유산 및 배아사와 유산이 일어난 소에서 각각 15%, 50% 및 73%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임신 손실이 일어난 소에서는 공태기간이 장기간 연장되며, 도태율이 심각하게 증가하였음이 확인되었다.
임신 손실에 대한 예방 대책의 수립을 위하여, 배아사와 유산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였는데, 배아사 발생을 일으키는 중요 위험 요인은 분만 시 신체충실도(BCS)가 낮을 경우(3점 미만), 분만 후 산욕기 질병(자궁염, 케톤증, 유방염 등)이 있는 경우, 여름철 수정의 경우에 배아사 발생 위험도가 각각 1.7배, 1.8배, 1.9배 증가하였다. 유산의 위험 요인은 산욕기 질병이 있는 경우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개체에 비해 유산의 위험도가 1.6배 증가하였다.
따라서, 젖소 목장에서 수태 후 배아사 혹은 유산 발생의 방지를 위해서는, 1) 분만 시의 BCS가 3 이상 되도록, 2) 분만 후 발생하는 자궁염, 케톤증 등 산욕기 질병의 예방, 3) 온·습도가 심하게 증가하는 혹서기에는 수정을 피할 수 있도록 번식 계획을 세우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적절한 건유기 BCS 관리를 통한 비유 초기 에너지 부족 방지와 혹서기 그늘막 설치와 환풍을 통한 축사의 환경 개선 및 개체별 세심한 사양관리를 통해 임신 손실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