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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매몰 능사아니다…개선책 강구를

■기고 / 예방적 살처분 조치 바람직 했나

  • 등록 2011.02.16 09:52:05
 
- 이 정 호 대표(순흥목장 前서울우유 지도상무)
지난해 안동지역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점점 확산되자 정부는 재난대책 본부를 설치하는 비상사태에 이르렀다.
가축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때문에 젖소개량으로 한국 낙농을 선도해온 많은 낙농가들도 눈물을 흘리며 예방적인 살 처분에 응했다. 가족 같이 사랑하던 젖소를 땅에 묻은 것이다. 그들의 절규를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2011년 2월 2일. 이날은 음력으로 병인년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이었다. 수은주가 섭씨 영하 15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날, 분만을 앞 둔 녀석이 출산기미가 있어 살펴보니 벌써 앞발이 나왔다.
방한복에 전열기를 끼고 살피고 있는데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송아지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데 옷까지 잘 입은 예쁜 암 송아지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미 소는 숨을 헐떡이며 진통도 잊은 채 송아지가 뒤집어쓰고 나온 양수를 정신없이 핥아 주며 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말 못하는 젖소이지만 모성의 위대함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어미의 뱃속, 최고로 깊고 안전한 자궁 안에서도 잘못 될 새라, 양수라는 따듯한 물속에서 헤엄을 치던 그 녀석이 어미 밖으로 떠밀려 나온 것이다. 그 기온 차이는 무려 50도나 된다.
어미가 아무리 보살펴도 혹시 잘 못 될까봐 건조기로 송아지 털을 말려 주었다. 이 송아지가 태어나기까지 수의사와 수정사 등 많은 사람이 고생했다. 그만큼 손꼽아 기다리던 경사였다.
정신없이 송아지를 말리고 한 숨을 쉬니까 야음 속에 굉음이 들려온다. 한우를 기르던 농가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와 500m 이내에 있는 목장들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날 벼락의 사약을 받고, 육중한 포크레인이 젖소 공동묘지를 파고 있는 서글픈 소리다.
덜 마른 송아지는 일어나려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잠이 오는지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런 송아지를 묻어야 하는 이웃 낙농가를 생각하면 예방적 살처분이 과연 바람직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이렇게 강한 살처분 정책을 쓸까 싶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미야자끼현에서 구제역이 발생, 살처분 정책을 써 29만두를 살처분했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강력한 살처분 정책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살처분 정책을 외국 축산관계자들에게 설명하면 한국이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강력한 살처분 정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살처분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 백신 접종으로 전환됐고 농장단위 살처분에서 또 감염 개체만 살처분하는 등 살처분 정책이 변경됐지만 아직도 구제역 발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남아돌던 우유가 모자라는 것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살처분 정책이 계속되면서 우유 수급은 더욱 불안하게 됐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해외에서 유제품의 수급이 매우 불안하다고 한다. EU,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주요 수출국인데 공급부족이 우려되어 투기 조짐마저 보인다고 하니 결코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이참에 구제역에 관한 제반적인 개선책을 조속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원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유를 무조건 폐기 처분하는 것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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