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기간까지 감안, 정확한 수요분석 예측 필요

산지 소값·소비자 가격 연동시스템 구축 절실
안정된 소비시장 확보·둔갑판매 근절 역점을
소 값 하락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위기의 한우 산업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소 값 하락의 원인과 현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어떤 대책이 요구되는지 살펴본다.
◆원인
지금 한우산업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가격 하락 때문이다. 또 그 가격하락의 원인은 단순히 보면 수급불균형에 있다.
한우 뿐 아니라 대다수의 농산물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공산품과 달리 유통기한이 짧고, 수확 이후부터는 품질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우산업의 문제를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한우농가들이 무분별하게 한우사육두수를 늘리면서 초래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단순한 농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우가격이 장기간 상승곡선이 최고조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산 자급률 50%’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사상 최악의 가격하락 사태를 맞고 있다. 농가의 기대심리를 키운 정부의 실수이며,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농가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사육두수에 대한 분석방법도 좀 더 세밀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우의 사육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식시기와 출하시기를 고려해 시장에 풀리게 될 물량을 계산할 때도 좀 더 정확도를 높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연초를 기준으로 20개월령 이상이 몇 두 정도인지를 파악하면 그해 출하두수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한우사육두수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에 우려했던 만큼의 소 값 하락이 없었던 것은 전체 두수 가운데 송아지의 비중이 많아 실제 시장에 나오는 한우고기는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송아지가 지금 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육두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사육기간을 감안해 시장 중심의 예측을 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 상황
지난 5일 한우협회는 청와대 소 반납 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 4천여 농가가 참여한 이번 운동이 결국 경찰의 진압에 무산되면서 농가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농가들이 자식 같은 소를 반납하겠다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가는 “어미 소 한 마리를 팔아 수익은 고사하고 송아지 한 마리라도 사야하는데 지금 시세로는 그 마저 어려운 지경”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농장은 비어가게 되어 답답한 심정에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의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300만두를 넘어선 지금의 사육두수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50만두 정도가 줄어야 한다. 한정된 소비시장에서 단기간에 50만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향후 대책
무엇보다 추락하는 소값을 잡기 위한 대대적인 소비 촉진 대책이 강조된다. 정부와 농협의 대대적인 할인 판매 등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주목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안정된 소비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산지 소값이 폭락했음에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우고기가 비싸고, 농가들은 경영난에 도산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우업계는 산지와 소비자가격이 연동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둔갑판매를 근절하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잠재적으로 수입산 및 국내산 육우의 한우고기 둔갑판매가 20%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처벌에 비해 둔갑판매로 생기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요구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