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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가축분뇨 냄새와 악취사이

이정호 농협중앙회 상무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때마다 깨끗한(淨)것, 좋은(好) 것 또는 더러운(染) 것, 싫은(惡) 것이라는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가치판단은 각자가 처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느끼는 유쾌함과 즐거움 또는 불쾌함과 고통스러움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과 불행이 주관적이듯 좋고 싫음, 유쾌와 불쾌 역시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정반대로 느끼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좋다’, ‘싫다’라는 느낌은 스스로가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간접적인 영향으로 막연히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새로이 공포되었던 ‘악취방지법’이 올해 2월10일부터 발효되면서 주요 공장지대는 악취관리 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법 제정의 목적이 공장의 심한 악취를 통제함으로써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필수 먹거리를 생산하는 축산현장까지도 매우 바빠졌다.
최근에는 축사 청소도 자주하고, 분뇨가 생길 때마다 지체 없이 처리하며 주기적으로 소독도 한단다. 또 분뇨냄새를 ‘확’ 줄이는 사료까지도 개발시판 중이란다. 그리고 담장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게 하고, 키 높은 유수 나무도 심어 여느 집 정원과도 같이 만들어 가고 있는 목장도 이제 쉽게 볼 수 있다.
그 동안 가축 사육에 따른 분뇨의 처리와 냄새로 인하여 축산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친환경적인 축산을 하면서 아무리 축사를 잘 관리해도 어쩔 수 없이 특유의 냄새는 나게 되지만 대부분은 이를 싸잡아 ‘악취’라고 표현해 버린다. 본래 ‘악취’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고약한)냄새라고 기술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부모·형제가 매일매일 지나치는 길섶, 산언덕의 목장에서 풍기는 냄새가 유해화확 물질과 같은 고약한 냄새일까.
우리가 먹는 김치에서 나는 냄새를 ‘악취’라고 하지 않고 그냥 ‘김치냄새’라고 하고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남부지방에서 즐겨먹는 젖갈도 그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젖갈악취라고 불러지지는 않는다.
한때 사용된 ‘축산폐수’라는 표현이 축산농가와 축산업 종사자들의 끈질긴 항의로 지금은 ‘가축분뇨’라는 용어로 통일해 쓰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북한에서는 축사에서 나는 냄새를 ‘퀴퀴한 냄새’ 또는 ‘때침한 냄새’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언론에서조차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는 ‘악취’라는 말을 ‘목장냄새’, ‘가축냄새’ 등으로 순화시켰으면 한다.
이는 축산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어 “아름답게 가꾸고 성장시켜 나가야 할 농업의 일부”로 인식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칭찬과 기대, 관심으로 동기가 유발되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게 된다는 ‘기대와 칭찬의 힘’을 이론화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이제 교육뿐만 아니라 수많은 검증을 통하여 모든 분야에까지 널리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축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격려를 해 나갈 때, 축산업 종사자들은 부지런히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깨끗한 목장관리와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하여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축산과 관련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부터 보다 친화적으로 순화시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취’를 ‘가축냄새’나 ‘목장냄새’로 달리 표현하는 것은 분명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발시키는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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