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해도 돼지고기 시장을 주도했던 삼겹살이 이제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어제의 ‘효자’가 오늘의 ‘불효자’로 양돈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육가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수입량마저 크게 늘어 삼겹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삼겹살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로 소비가 부진한데다 북미산 냉장 삼겹살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그 수입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국내 냉장 삼겹살이 갈곳을 잃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은 육가공업체들의 삼겹살 판매와 재고 동향에서 드러난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가 2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삼겹살 판매동향을 보면 올들어 6월말 현재 1만6천1백83톤으로, 전년 동기 1만9천3백6톤에 비해 17%가량이 감소했다. 반면 삼겹살 재고는 6월말 현재 9천3백14톤으로 전년 동기 3천1백4톤에 비해 무려 3백%가 증가했다. 이 같은 내수시장의 침체와 함께 국내 삼겹살 시장을 놓고 벌이는 수입 삼겹살과 경쟁은 육가공업체들의 삼겹살 판매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8월 상순 현재 6만1천2백65톤의 삼겹살이 수입됐는데 이중 냉장삼겹살은 3천6백14톤으로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8월 상순까지의 삼겹살 수입량은 지난해 전체 삼겹살 수입량 6만4천4백84톤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삼겹살(도축두수*12kg) 17만5천톤의 35%에 해당한다. 더욱이 올 들어 매월 삼겹살이 3천톤 가량 수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는 국내 생산량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국내 삼겹살 시장에서 국내산 삼겹살의 입지가 점점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가공업체들은 뾰족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데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냉동삼겹살 시장이 수입육에 의해 잠식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비수기에 냉동 재고를 유지 이듬해 성수기에 판매하는 영업 전략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가능한 냉장육 위주로 판매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북미산 냉장 삼겹살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미산 냉장 삼겹살을 접해본 식당 관계자들이 품질은 국내산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면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시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을 높이고 적정가격을 유지해야만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영 Lhyoung@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