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산업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의욕적인 쿼터관리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우유소비는 더욱 침체되어 분유재고 누적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다 유제품 수입량도 늘어나는 등 낙농산업은 ‘사면초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인들은 뜻과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낙농현안은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낙농 전문가와 현장낙농인들의 의견을 지상공청으로 엮는다. ▲박종수 교수(충남대) 정부는 원유의 계획생산제와 집유일원화, 그리고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도입, 학교급식 확대방안 등과 같은 선진 낙농제도를 조속히 정착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 유업체는 소비계층별 시장수요와 시장세분화에 따른 다양한 우유와 유제품을 개발·보급하되, 음용우유에 대해서는 상표위주의 소비촉진 방법을 최대한 지양하고 유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동소비촉진프로그램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낙농가의 뼈를 깎는 노력도 요구된다. 지금까지 우리의 낙농업은 생산된 만큼 팔리는 안정된 시장속에서 큰 장애 없이 영위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낙농업은 그것이 어렵게 됐다. 거침없는 시장 개방으로 인한 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농가는 탈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고품질의 안전한 원유를 값싸게 생산하는 것이 낙농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국내산 원유로 제조되는 우유·유제품의 소비를 촉진시켜 우유시장을 확대시키는 일은 경쟁력유지를 위한 충분조건이다. 낙농가는 국내산 원유를 원료로 이용하여 제조되는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촉진을 위한 의무자조금제도를 하루빨리 도입·정착시켜야한다. ▲윤종택 교수(한경대) 지금의 현 집유체계 문제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 문제점을 이해타산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원유잉여는 2002년을 전후한 심각한 원유수급 불균형 이후 낙농가의 생산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둔화로 인한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우유 소비 촉진책, 즉 우유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먼저 처칠이 “어린이에게 가장 큰 투자는 우유를 먹이는 일이다”라고 외친 것처럼 정부는 초등학생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의무적으로 급여토록 지원책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축산발전기금으로 지원 해주는 것 외에 국가 차원에서 신선한 백색시유를 무상으로 공급해야할 것이다. ▲박천서 조합장(대전충남우유조합) 정부가 낙농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직결체계 전환과 3년 후 가공원료유한도수량제 실시, 그 이후 용도별차등가격제를 적용한 ‘풀’제의 도입으로 원유의 잉여량 문제해결을 통해 원유수급조절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방안은 결국 낙농가의 기본쿼터 감축과 집유비, 검사비등에 대한 생산자 부담으로 또 다시 낙농가 특히 진흥회 농가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밖에 안 된다. 특히 낙농시장을 시장경제원리에 맡긴다는 것은 교섭력이 부족한 낙농가의 피해를 불러올 뿐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낙농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조사와 자료를 통해 정책에 대한 낙농가들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 모색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우유 소비홍보를 위한 자조활동자금 사업도 단지 낙농가들만을 위한다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유업체들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윈-윈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손광익 조합장(대구경북우유조합) 우유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우선 학교급식을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북한에 유가공공장을 세워 체화된 국내 분유를 가공해서 북한 어린이에게 공급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집유체계 개편 시 낙농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보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에 원유수급 등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유업무를 직결체계로 전환할 경우 낙농진흥회 납유농가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특히 낙농가 권익과 효율적인 측면에서 도 단위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집유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집유하고 유업체에 공급해 소비 증감에 따라 전국 단위로 쿼터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집유비로 적어도 도 단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정세훈 조합장(동진강낙협) 모든 산업이 소비자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낙농산업도 이제는 소비자를 우선 생각하는 생산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백색우유가 기호성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백색우유이다. 생산자들 모두가 우리 우유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낙농조합이 발효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에서 유가공시설 설치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발효유에는 보통 90%이상의 원유가 원료로 투입해야 한다. 협동조합이 소비자 기호성도 높고 원유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발효유를 직접 상품화해서 우유소비 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사업들은 낙농가과 협동조합의 자구노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해일 부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 현재 농림부의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가 가동되면서, 소위 ‘낙농산업 발전종합대책시안’이 발표되었다. 농림부의 시안을 접하고, 진정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우려가 앞서는게 사실이다. 현 농림부의 시안대로라면 그 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후퇴하는 꼴이 된다. 낙농산업 기반유지 및 안정발전을 위한 방향제시는 없이 현재 낙농진흥회 농가의 집유체계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농가·유업체 등으로 구성한 허울뿐인 우유수급 조절기구로서의 ‘낙농위원회’ 설립에다가 원유가격은 알아서 결정하라고 한다. 이러한 시안을 그 어느 누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불과 10년전인 95년도 93%에 달하던 원유자급률이 이제는 겨우 70%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 낙농위기의 주요인은 UR협상의 실패와 낙농진흥회의 실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중장기 낙농산업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런 다음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낙농의 미래는 없다. ▲김태섭 위원장(한국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 한국낙농의 큰 틀이 있는가? 라는 명제에서 낙농산업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출발해야 한다. 우리 낙농산업은 해외 낙농선진국과 같이 국경보호조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유시장외 국내 유제품시장 또한 거의 미비하므로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 수립 없이는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낙농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철학과 인식하에 우유 자급률 설정 등 한국낙농의 큰 틀을 마련한 후 집유체계 개편방안, 우유소비 확대방안 등 세부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단순히 소위 잉여를 이유로 골치 아픈 낙농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접근 의식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은 곤란하다. 얼마전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에서 발표된 농림부 시안은 낙농가들의 이런 우려를 현실로 받아들여 지게 만들고 있다. 시안 어디에도 낙농산업의 중장기대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집유조합으로 분산하는 대책(?)만을 담고 있어 과연 한국낙농의 미래가 있는 것인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물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진행될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에서 한국낙농의 큰 틀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윤우 대표(신촌목장) 정부의 낙농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의 낙농은 할 만하기는 하나 미래가 없다. 정부, 낙농관련단체, 협동조합 어느 하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는 생산자 단체인 협회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 정책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축산업 등록제, 악취방지법 등 낙농을 하는 사람들의 목을 조이는 정책뿐이지 농지법과 같은 낙농가들을 위한 정책은 미진하다. 한국의 낙농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 낙농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산자 단체는 먼 훗날 낙농을 위해 정부의 정책을 따를 것은 따르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정부는 선진국들처럼 생산기반을 안정시킬 안을 구체화해야 하며, 우유값을 국민의 경제사정에 알맞은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신덕현 대표(홍원목장) 현재 집유체계 개편 문제를 두고 뚜렷한 방안이 없는 것이 큰 고민이다. 모두가 만족시키는 안은 없지만 많은 농가들은 낙농산업의 발전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낙농현안을 풀어 갔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정책을 만들어 나간다면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현재의 정책을 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다소의 혼란이 있을 것이기는 하나 전체 낙농산업을 끌고 나가기 위해 제도의 정착은 필요하다. 제도의 정착을 통해 소비가 늘면 생산을 늘리고 소비가 줄면 생산을 줄 일 수 있는,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생산량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닌,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 특히 유가차등가격제를 통해 시유로 활용되는 유질이 우수한 원유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가공유로 활용되는 저질원유는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