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이 완료됐다. 구랍 8일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모든 경제사업을 이관하고 1월1일 경제지주를 출범시켰다. 1994년 정부의 농어촌발전위원회와 협동조합발전기획단에서 신경분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지 20여년 만이다. 사업구조개편 완료로 농협은 이제 중앙회와 주식회사인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나눠졌다.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협동조합을 농업인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요구에서 시작된 신경분리가 사실상 끝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축산조직은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정부주도로 농협과 강제 통합됐고, 통합의 전제조건이었던 축산특례를 폐지하려는 셀 수 없는 시도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진행된 농협법 개정작업 역시 축산특례 삭제라는 정부 입법예고안으로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축산인들은 축산특례 사수에 한 목소리를 내고 힘을 합쳐 결국 존치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당시 함께 요구했던 농협 내 축산조직 별도설립은 관철되진 않았지만 중장기 과제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협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위에선 농협의 경제사업조직을 지주회사 형태로 유지할지, 연합회로 전환할지 근본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축산의 별도 조직화에 대한 논의 또한 이뤄질 전망이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함께 축산대표 직선제 역시 다룰 예정이다. 농협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등 관련제도 손질도 이어질 것이다. 협동조합 축산부문이 양축가 조합원이 원하는 조직으로, 영원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신경분리 됐지만 지주회사 방식에 ‘우려’ 존재
국회농협발전소위 “사업조직체계 재검토를”
농협 축산조직 별도 설립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조합원 하한선 현실화…경제사업 활성화 지름길
경제지주 vs 경제연합회경제지주가 본격 출범했지만 여전히 주식회사에 경제사업을 넘겼다는 점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수익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지주회사가 농축산물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경제사업에서 농업인 조합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요구했던 당초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고, 당시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경쟁력이 약한 1차 산업을 포기하는 개방정책을 시작했다. 이 때 개방농정의 대안체제로 협동조합이 마지막 보루로 떠올랐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이미 경제사업이나 지도지원사업보다 신용사업 중심의 사업구조가 고착화돼 있었다. 농민이 기대하는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일명 신경분리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에 치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만들자는 것이 협동조합 외부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신경분리는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개편을 시작하기 전엔 협동조합을 관통하는 화두로 줄곧 무대 위에 올랐었다. 농협 내부에선 “(사람도)신경을 분리하면 죽는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반대여론이 많았다.
어쨌든 농협중앙회는 교육지원사업(지도기능)과 농정만을 담당토록 하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각각의 조직으로 분리하자는 신경분리 논리는 가속화됐다.
애초 신경분리 논의는 연합회체제를 염두에 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막상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2000년 중후반부터 분리방식은 농협이 연구용역을 통해 받아든 맥킨지보고서를 바탕으로 연합회가 아닌 지주회사 형태로 바뀌어갔다. 협동조합 경제사업을 주식회사인 지주회사로 넘겨선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비등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에 짝을 맞추듯 경제지주를 선택했다.
지난해 농협법 개정과정에서도 경제사업 수행조직이 지주회사가 맞는지, 연합회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근본적인 조직체계를 다시 검토하자는 의견에 대해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일단 농협법에 따라 경제사업을 이관 받아온 경제지주회사체계를 완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국회농해수위는 상임위 내에 농협발전소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지주회사 방식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신경분리의 목적을 상기시키곤 한다.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일선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으로 지주회사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기된 신용사업에 대한 위기대응 목적으로 농협금융지주를 만들면서 경제지주를 꿰어 맞췄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주식회사 방식은 협동조합적 개혁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연합회이고, 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중앙회가 조합과 조합원을 지배하는 구조라는 점을 꼬집는다. 지주회사 방식으론 조합의 중앙회(지주회사)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고, 옥상옥의 구조로 바뀌는 문제와 함께 농협의 정체성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특히 수익목적의 지주회사는 일선조합과 사업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상존한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장이사 겸직 등으로 경제지주의 정체성 확보를 자신하면서 일선조합과 사업경합을 벌여 조합이 피해를 입게 되면 해당금액을 보전해주고, 원천적으로 경합자체를 차단하고, 어쩔 수 없을 경우 공동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경제지주라는 배는 항해를 시작했다. 협동조합 정체성 확보와 사업경합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농협중앙회(경제지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국회의 농협발전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일선조합장과 조합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경제지주 방식이 적합한지 제대로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조직체계를 그려봐야 한다.
축산조직 별도설립과 대표 직선제
통합농협 출범 이후 축산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문제는 해마다 얘깃거리가 됐다. 협동조합개혁의 일환으로 농·축협이 강제 통합되면서 신경분리의 전 단계로 농협중앙회는 독립사업부문 제도를 도입했다. 교육지원, 농업경제, 축산경제를 나눠 사업전담대표이사가 인사권과 경영권, 사업권을 직접 쥐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독립사업부문 제도는 허울에 불과했다. 당장 인사권 만해도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농협체제에서 축산대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축산대표가 회장의 인사내용을 납득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농협내부에선 축산대표를 임명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까지 대두됐다. 결국 해마다 축산경제와 농업경제 통합이나, 축산특례조항 삭제 또는 개정 시도가 반복됐고, 이는 농협축산경제가 사업에 매진하지 못하는 환경을 낳았다. 10여년이 지나면서 여러 인사 관행이 굳어지면서 갈등은 봉합된 듯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은 채였다. 결국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독립사업부문 제도는 외부에만 그럴싸하게 보여 지는데 그쳤다.
축산부문은 이런 배경 때문에 농협중앙회 내부에서 항상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축산업계, 특히 지도자들은 이 때문에 지난해 농협법 개정과정에서 축산특례존치 못지않게 축산지주 별도설립을 촉구했다. 농업과 축산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있는 한 숫자논리에서 밀리는 축산이 언제든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축산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제 축산조직의 별도설립에 대한 정치권과 협동조합 안팎의 이해는 높아졌다. 일선축협 조합장들은 지주회사 또는 연합회, 어떤 형태든 축산경제가 별도조직으로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축협조합장들이 간선으로 선출하고 있는 축산대표를, 전체 축협 조합장 139명이 직선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축협 조합원 정예화와 경제사업
일선축협 경제사업을 위해 꼭 손봐야 하는 것이 조합원 제도다. 여기에는 조합원 정예화를 통한 경제사업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적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조합원 하한선 현실화, 원로조합원 제도도입 등이 일선축협이 요구하는 과제다.
농협법시행령(제2조)은 지역축협은 1천명 이상, 품목축협은 200명 이상, 특광역시 또는 도서지역 중 농가호수가 700호 미만으로 농식품부장관이 지정 고시하는 경우에는 300명 이상을 조합원 하한선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기준에 대해 조합장들은 지역축협은 500명으로, 품목축협은 100명으로 낮춰 달라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지금 기준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축산농가 규모화, 전문화 추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는 1995년 80만400호에서 현재 85%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축협 경제사업은 4배 이상 성장했다.
축협 조합장들은 조합설립 인가기준에 명시된 하한선이 낮춰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 정예화는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 임원선거에서도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 조합원 자격이지만, 무조건 정리하기 어려운 것이 조합설립 인가기준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로조합원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축협성장을 이끌어온 조합원이 고령화로 가축사육을 포기했다고, 무자격자로 탈퇴시켜야 하겠냐는 얘기다. 이들을 의결권은 제한하더라도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또 부모와 함께 가축을 키우는 후계농의 조합원 가입을 보다 원활하게 보장해주는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축협조합장들은 조합원 정예화, 젊은 조합원 육성은 경제사업 활성화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농협법시행령에 이런 현장의견을 충분히 담아달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