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봉 중 본지 회장 며칠 전 모처럼의 대청소 끝에 책장 뒤쪽에서 ‘10년 후 한국’이란 책을 찾았다. 2004년 서점에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밤새워 읽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3년이라니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세월이 한 순간처럼 느껴진다. 경제학자인 저자(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장)는 이 책에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진단하고 있다. 먼지를 털어 낸 책을 다시 읽다가 거대조직 농협의 10년 후를 생각해봤다. 필자에게 농협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이나 10년 후를 이 책의 저자처럼 명료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은 없지만 농협의 미래를 어림해볼 수 있는 요소는 한 둘이 아니다. 현재 농협조합원은 65세 이상이 70%이며 70세 이상도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끝자리까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농촌인구의 고령화추세를 감안하면 크게 틀린 수치는 아닐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10년 후 농협 조합원들의 연령분포는 75세 이상이 70%, 80세 이상이 40%에 달하게 된다. 현 조합원들이 그때까지 조합원자격을 유지할 경우 그렇다는 얘긴데 이런 상황은 농협으로서는 재앙이다. 물론 귀농·귀촌으로 인한 신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가 지난 16일 문정진 토종닭협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물밑 갈등을 증폭시켰던 회장선출 문제는 일단락 된 셈이다. 물론 회장선출이 일단락됐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라고도 할 수 있다. 축단협회장은 대단한 명예나 경제적 보수가 따르는 자리가 아니다. 직무성격상 봉사직일 수밖에 없는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갈등의 씨앗이지만 단체 간 의견대립으로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왔던 축단협의 지난날에 비춰 볼 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새 회장선출을 마친 축단협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축단협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구성단체들의 냉철한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새 축단협회장의 자세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회장선출이 뜻있는 축산인들의 염원처럼 합의추대가 아닌 경선이었다는 점에서 축산은 물론 관련업계를 모두 아우르는 포용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것이다. 축단협회장이 헌신적 봉사자의 자세로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축단협은 축산업과 관련업계의 대표기구로 자리매김하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축단협은 현실적
1985년 9월 28일 창간한 축산신문이 어제 날짜로 창간 32주년을 맞았다. 축산신문이 창간할 무렵은 양축규모의 전업화가 싹트는 한편으로 농촌경제를 무겁게 짓누르던 소 값 파동의 암운이 밀려오는 시기였다. 이와 같은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매년 맞는 창간기념일은 그저 호(號)수의 변경 내지는 연장쯤으로 인식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는 말처럼 그것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고 나름의 축적(蓄積)이기도 했다. 먼저 격동과 축적의 세월을 함께 하며 오늘이 있기까지 성원을 아끼지 않은 독자제위와 축산업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축산업은 1980년대 이후 수입개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남이 걸어온 길을 답습해온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UR협상과 그 결과물인 WTO체제 출범, 그리고 FTA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개방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주해온 규모화촉진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력제고 노력은 앞선 기술과 규모화로 무장한 축산선진국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이는 한국축산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축산은 이제 남이 걸어온 길이 아니라 지금껏 가보지 않은 새로운
윤 봉 중 본지 회장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상태가 어린이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심리학에서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부모에 대한 의존적 성향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키덜트(어른아이·Kid+ Adult)란 말도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용어는 기업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분류되기에 손색이 없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른바 체급의 상향조정을 애써 피하려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빗댈 때도 자주 쓰인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분류되기를 꺼리는 건 정책자금 지원혜택축소와 높아지는 사회적 의무 등 체급상향에 따른 부담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지향적 발전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경제는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사설(辭說)이 길어진 건 며칠 전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축산업계가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 농축산부서를 두루 거쳐 이른바 ‘축산통’이라 할 만한 A씨가 재직시절 경험을 얘 기하며 기업규모로 성장한 일부 축산인들 중엔 의식상태가 아직도 1970,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부차원의 지원에만 기
살충제 계란파동은 한국축산의 총체적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주는 사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춤추는 계란 값이나 빗발치는 비난여론 등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단기대책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파동에서 보듯 한국축산의 당면문제는 안일(安逸)성이다. 기본을 소홀히 하는 축산현장의 효율지상주의적 경향과 장기적 관점의 대책보다는 땜질식 단기처방에만 익숙해진 정책당국의 안일함이 살충제파동이란 참화를 낳은 것이다.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질병 이 근절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본을 소홀히 한 효율지상주의나 규모화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이며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국내산 축산물은 설 땅을 잃고 말 것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안목을 높인 소비자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무한한 세상을 살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눈높이를 맞추려면 첫째도 둘째도 신뢰다. 질이 좋으면서도 틀림없이 안전한 먹거리라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축
윤 봉 중<본지 회장> 한비자(韓非子)에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고사(故事)가 나온다. 말라버린 연못 속 뱀들의 생존을 묘사한 것인데 내용은 이런 것이다. 한 여름 바싹 말라버린 연못 속에 살던 뱀들이 물이 있는 인근 연못으로 가기 위해 모였으나 마을 앞을 지나는 게 두려워 모두 망설이고 있었다. 이 때 덩치가 작은 뱀이 큰 뱀들에게 자신들을 업고 마을 앞을 지나갈 것을 제안했다. 큰 뱀이 앞장서고 작은 뱀이 뒤따라가면 사람들은 보통 뱀으로 알고 잡아 죽일지도 모르지만 큰 뱀이 덩치가 보잘 것 없는 작은 뱀을 등에 태우고 가면 사람들은 필시 자신들을 신령한 뱀으로 알고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뱀들은 이 제안을 수용했고 뱀들은 모두 새 연못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택지사는 이른바 섬김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고사지만 한국축산에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한국축산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바싹 마른 연못이다. 관세제로화로 가는 시계바늘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재협상을 해야 하며 각종 질병과 악취문제로 인해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비교적 힘 있게 나아가던 축산정책도 활기를
이상호 본지 발행인 눈부시도록 고운 벚꽃이 춘흥에 겨워 어지러이 흩날리던 지난 4월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바람도 쐴 겸 일본 농협을 견학 간다며 필자에게 동행을 권유했던 적이 있다. 지인이 협동조합에 워낙 진한 애정을 가진 분인지라 동행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후일담이나 들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지인과 며칠 전 저녁을 함께 했다. 그가 다녀온 곳은 일본 남부의 오이타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오오야마농협. 그야말로 산골에 위치한 조합이라 뭐 볼게 있나 싶었지만 실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필자에게도 견학을 권유했다. 우리 협동조합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지인의 견학소감을 재구성 해봤다. #오오야마농협 방문은 시종일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조합 옆 공터에는 흰 차일이 여러 개 쳐진 가운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파는 상인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은잔치였다. 조합사업 전이용대회나 조합원단합대회이겠거니 했던 우리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일선조합이 상인과 시민들을 초청, 사은행사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진로와 역할을 우리나라
윤봉중 본지 회장 이런 아이러니도 없을 것 같다. 각종 질병으로 인해 비상이 걸리고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나라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터널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 축산현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축산물시세는 축산현장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산은 위기다. 축산인들의 인식이나 체감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를 얘기할 때 흔히 ‘삼성착시’를 들먹이는 논자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와 모바일분야에서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는 삼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체적인 수출마저 호조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무리한 비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축산 역시 이와 유사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면한 축산물시세가 그렇고, 놀라울 만큼 짧은 기간에 이행된 축산경영단위의 전기업화가 그렇다. 농업총생산액의 42%를 상회하는 축산업의 외형적 비중도 우리 축산의 위기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질풍노도의 고도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이를 뛰어
윤봉중 본지 회장 아이들 오줌 지리듯 찔끔 거리던 비가 마침내 쏟아 붓고는 있지만 날씨스트레스는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스트레스지수는 위험수준을 넘나든다. 스트레스로 치자면 요즘 농축산관련 단체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에 못지않다. 불신과 반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단체들의 모습은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태양이 이글거리며 뜨거운 대지엔 흙먼지가 풀풀 날리지만 비는 내릴 기미조차 없고 숲 속엔 작은 옹달샘 하나만 남았다. 당연히 옹달샘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져 종국엔 숲속의 강자(强者)인 사자와 멧돼지가 맞붙었다. 사자와 멧돼지는 혈투를 벌였지만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둘은 지친 나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렁 누워 버렸다. 그 때 공중을 선회하던 독수리와 까마귀가 이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둘은 싸움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이 둘의 싸움도 끝까지 가면 승부는 나게 돼있다. 그런데 둘은 공멸(共滅)이란 파국을 피하기 위해 화해를 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우다가 기력을 다하거나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나가떨어질 경우 둘 다 독수리나 까마귀의 먹이가 될
이상호 본지 발행인 종식됐다고 믿었던 AI가 그것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나왔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하기야 가슴 철렁할 일이 어디 AI뿐이겠는가. 구제역도 그렇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문제가 제기될 때도 그랬다. 우리 축산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데에서 가슴 쓸어내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축산종사자들이나 알던 AI나 구제역이란 단어는 이제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감기를 앓거나 기운 없어 보이는 친구를 AI나 구제역에 걸린 것 아니냐며 놀린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반복되는 축산현장의 문제점 노출은 축산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축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안티도 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축살처분 보상금과 매몰비용 부담이 가뜩이나 자립도가 낮은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민원을 이유로 대 축산규제용 조례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축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지만 해본들 소용도 없다. ‘축산물은 좋은데 축산은 싫다’는 인식이 싹트고 축산의 입
석 희 진 원장(한국축산경제연구원) 대선 과정에 우리 축산인들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약을 발굴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각 당에 전달했었다. 또 각 당에서도 이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축산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어 축산에 대한 정부여당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4대 비전, 12대 약속, 201과제로 구성되어 있는 공약집에 축산은 1개 과제에 10개의 소 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반려동물 보호 육성을 중심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축산은 규모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분뇨 문제, 질병 문제, 항생제 문제 등 가축사육과 관련된 문제와 축산물 소비와 관련 동물성 지방에 대한 오해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친환경축산과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한 정부, 학계, 농가, 업계의 부단한 개선 노력으로 이제는 아래와 같은 식량안보, 국민건강 증진, 농촌경제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 차세대 핵심 성장 산업 등 그 가치는 국가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째, 식량안보에 핵심 산업이다. 지난 20년간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1.4
김 영 란 편집국장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아는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기 싫은 말 이지만 공든 탑 무너질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 축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꺼내 본다. 그동안 우리 축산업은 고도성장을 해 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부작용에 대해 이제 이해를 구할 시간도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 와 버렸다. 축산업을 바라보는 비축산인들의 곱지 않은 시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축산인들은 가축을 자식처럼 여기니 냄새가 나도, 병이 나도 그냥 눈 질끈 감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진행형인데다 어찌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악성가축질병의 발생과 확산으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UR에서 FTA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경쟁력’이란 단어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이 단어를 빼면 대책도, 보고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단골 메뉴다. 심지어 축산업경쟁력 강화 위원회도 만들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까를 놓고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다양한 정책을 생산해 냈다. 그렇게 했으면 뭐하랴. 질병 하나 때문에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