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본지 발행인필자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갈비탕을 먹으러 집에서 멀지 않은 서초동의 한 한우전문점을 자주 찾았으나 요즘 발길을 아예 끊었다. 갈비물량이 부족해 한정판매를 하던 이 집 갈비탕은 한우갈비라는 믿음과 희소성 때문에 불티가 났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필자는 그 집 단골인 지인에게 예약 부탁까지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예약 없이도 이 집 갈비탕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여기던 참이었는데 얼마 안가 산통이 깨지고 말았다.지인들과 갈비탕을 먹으며 왠지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벽면의 메뉴판에 ‘갈비 호주산’이라는 작은 글씨를 발견한 것이다. 실망 가득한 지인들의 얼굴을 바라보기가 민망해 애써 딴 곳을 쳐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갈비탕과 나란히 붙은 한우탕 표시에는 ‘양 호주산’이
김영란 편집국장선진화된 축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선진축산이란, 한마디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축산을 영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경제적으로는 경쟁력을 일정 부분 갖추고, 사회적으로는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는, 그런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축산이 비로소 선진축산이 아닐까 한다.그러면 우리 축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우리 축산업은 한마디로 선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후진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경쟁력 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축산선진국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에서 열위에 있고, 국민들의 정서적인 면에서도 축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냄새라든가 질병 등으로 인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
윤 봉 중본지 회장“이렇다 할 식품업무 없음에도 약칭으로 농식품부 고집하는 건 축산 소외감만 증폭 ‘축’자 붙인 부처명 개명 취지도 퇴색”필자는 며칠 전 축산원로 ㄱ선생에게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식사를 하던 중 ㄱ선생이 뜬금없이 주말사극 장영실과 홍길동전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고 묻고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필자에게 둘 다 제 아비를 곁에 두고도 아비로 부르지 못하는 서자(庶子)가 주인공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뿔싸! 장영실과 홍길동 얘기가 나온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2016년도 축산인 신년교례회에서 만난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약칭이 농축산부가 아닌 농식품부로 불리는데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었다.교례회 때 약속했던 이날 식사자리에서 ㄱ선생은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축’자 대신 생명이니 동물자원이니 하는
윤 봉 중본지 회장공일증 앓는 재계 반대에도한·일 FTA 연기 모락모락양국 축산 정면승부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 필요중국이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축구라고 한다. 중국축구는 1978년 이후 치러진 30여 차례의 한·중전에서 한국을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하면서 공한증(恐韓症)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에서 ‘축구굴기’란 말이 나올 정도이니 과장은 아닐 것이다.반면 한국은 일본경제에 중국의 공한증보다 더 심각한 공일증(恐日症)을 갖고 있다. 일본이 최근 20년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우리나라 반도체나 스마트폰 수출이 약진하면서 예전과 달라졌다고는 하나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은 우리에겐 여전히 높은 ‘벽’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과의 FTA 체결에는 농축산업계의 분노에도 아랑곳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
이상호 본지 발행인타의적 농협개혁, 농협 스스로 자초협동조합적 가치 부합한 비전 제시‘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개혁 가능1989년 일본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이 출간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에게는 망언으로 잘 알려진 극우성향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소니 창업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국내 식자층에서도 필독서로 여겨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한 걸로 생각했다.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등에 업은 저자들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일본의 반도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하고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그 외침의 반향은 컸다. 일본열도는 우익인사들을 중심으로 태평양전쟁의 패전을 앙갚음이라도 한 양 들썩였고 곧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건
신정훈 본지부장선거철이면 쏟아지는 것이 공약이다. 공약(公約)은 선출직 도전자들이 유권자와 하는 약속(約束)이다. 흔히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약속은 실종되고 공약(空約)만이 남는다고 한다.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았을 뿐이란 얘기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분노를 넘어 심한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지금껏 정치현장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농협중앙회 회장선거가 끝난지 며칠 됐다. 지난 12일 선거에서 후보들은 여러 가지 공약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거공약은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주식회사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아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농협경제지주가, 또 앞으로 그려질 경제지주가 결코 농업현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
김영란 편집국장걱정이 없으면 기쁨도 모른다. 걱정이 있으므로 해서 기쁨의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더 더욱 없다.우리 축산인들 대부분은 FTA 시대에 우리 축산업이 축산강국들로부터 시장을 다 빼앗기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국민들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우리 축산이 위축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 농협 축산경제 조직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와 같은 걱정이 유비무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용하면 좋으련만 대체로 그렇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걱정은 부정적인 것에 대한 신념, 패배에 대한 믿음이다. 이로 인해 자칫 내일의 기회를 망칠 수 있으며 오늘의 시간을 낭비할 수
윤봉중 본지 회장병신년(丙申年) 새 아침이 밝았다.새해 첫날이라고 뭐 다를 것도 없기에 그날이 그날이라고 할 수도 있고 찬란하게 몸단장 하고 다가온 ‘희망의 새아침’도 아닌 마당에 웬 수선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새해 첫 날 아니던가.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으레 희망을 얘기하기 마련이다.물론 덕담이다. 그러나 덕담 속엔 ‘나’와 ‘우리’ 모두의 소원과 염원도 담겨 있기에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라도 희망을 얘기하며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 하는 한편으로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새해 새아침이기에 더욱 그런 것이다.한국축산의 희망은 축산인들이 소원하고 염원하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축산업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매일 새
농협축산경제 대표의 갑작스런 공백사태에 대해 협동조합 내부는 물론 많은 축산인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협축산경제는 농협 내 한 사업부문이기에 앞서 협동조합 강제통합 이전의 축협중앙회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그 수장의 공백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축산대표의 공백이 임기만료와 같은 정상적인 요인이 아니라 사법적 문제에 기인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잇따른 FTA와 축산업을 둘러싼 제반환경의 악화로 인해 안팎으로 거센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 축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농협축산대표의 공백은 최대한 신속히 메워져야 하며 후보자 추천과정은 그야말로 공명정대하고 깨끗해야 한다. 지난 14일 오전 농협축산대표 사퇴발표가 나오자 축산관련단체협의체인 ‘축단협’이 당일 오후 전국축협운영협의회로 후임 대표선출 시 단
윤봉중 본지 회장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원의 중심을 향해 작용하는 힘을 구심력이라고 하며 중심을 향해 쏠리는 운동의 중심이 되는 점을 구심점이라고 한다. 반대로 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힘은 원심력이라고 한다.느닷없이 물리용어를 들먹이는 건 이들 용어를 통해 우리 축산업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축산업은 한마디로 원심력이 구심력을 압도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보이지 않는다. 비약하면 업계 구성원 모두가 중심적 인물이고 단체라는 단체는 모두 중심단체 같아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곧 리더십 부재를 의미한다.우리 정부가 농업분야에 사용하는 한해 예산(2016년 기준)은 14조3천681억원이며 축산분야에 사용하는 예산은
김영란 편집국장한국에서 농업·축산업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인가. 마치 늙고 병들어 짐이 된 어머니 같은 존재인가. 아님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이나 받으면서 폐만 끼치는 그런 존재인가.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정협의체가 합의한 사항 중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만든 준조세 운운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준조세 1조…황당한 FTA’, ‘여야정 협잡, 위헌소지…조폭 문화와 다를 바 없어’, ‘이럴 거면 왜 FTA하나’, ‘세계가 웃을 준조세…’ 등등 조롱하고 있다.FTA로 피해를 입는 농축산업 및 농어촌에 지원하기로 한 ‘상생기금’, 10년 동안 1조원의 기업 기부금(?)을 두고 쏟아낸 기업과 일부 언론의 거친 비난들이다.사실 이렇게 만든 것은 정부 아닌가. 정부가 할 일을 기업에 떠맡기면서 갈
윤봉 중본지 회장농협, 지주회사라는 엉뚱한 길로협동조합 정체성 상실 위기 새 회장체제 진로 바로잡으려면 회장 선거 ‘연애 아닌 결혼’ 인식을농협회장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가 무려 8~9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농협 주변에서는 이른바 2강(强) 1약(弱)이니 하는 등의 선거공학적 계산이 난무한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과 평소 교류가 없는 필자의 과문(寡聞) 탓이겠지만 이들이 농협회장 자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각오로 선거국면에 임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이 이 시대 농협에 적합한 인물임을 알리려 부심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을 향해 견마지로를 다 하겠노라며 구애(求愛) 활동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지난 대선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대선은 짧은 흥분 긴 환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