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축산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구제역(FMD)과 AI에다 메르스, 그리고 WHO에서의 햄·소시지·적색육의 발암 위험성 경고에 이르기까지…. 이 뿐 아니라 한·뉴, 한·중 FTA 타결과 발효 등 어느 것 하나 축산업계에 좋은 영향으로 미칠 사안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각종 환경규제 강화가 축산농민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래도 상생의 역사를 쓰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올 한해 있었던 굵직한 현안들을 10대 뉴스로 정리해 보았다.
1. 전국 조합장 첫 동시선거 실시
전국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 동시선거가 3월 11일 처음으로 치러졌다.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 전체 조합원 229만7천75명 중 184만3천283명이 참여해 투표율 80.2%를 기록했다. 축협은 141개 중 합병이 예고돼 있던 조합을 제외하고 137곳에서 동시선거로 수장을 뽑았다. 일선축협 조합원들은 18만4천519명 중에서 16만3천214명이 투표해 다른 분야 협동조합에 비해 88.7%라는 월등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축협에선 동시선거 결과 31.4%(43명)가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현직 조합장 86명(62.8%)은 다시 선택을 받았고 전직 조합장 중에서도 8명(5.8%)이 다시 현직으로 복귀했다.
최초로 치러진 조합장 동시선거는 그 과정에서 선거방법 등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고, 선거 후에는 조합원(선거인단) 자격 여부 등을 놓고 곳곳에서 법정공방이 벌어지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2. 끝나지 않은 악성가축전염병 공포
올 한해 국내 축산업계는 구제역과 고병원성AI 등 악성가축전염병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더욱이 방역당국과 축산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눈앞에 둔 이 순간까지도 순환감염 우려가 끊이지 않으며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올해 4월 28일까지 소 10개소를 포함해 전국 33개 시군 195개소의 농장에서 공식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백신효능 논란은 방역당국과 양축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백신주 교체와 함께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양축현장에 만연돼 있던 백신 맹신 추세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구제역 방역체계 전반에 걸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고병원성AI 역시 올해 내내 가금산업을 괴롭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이 기간 무려 162건 양성이 확인됐고, 234호에서 511만수를 살처분했다. 그리고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어나 싶더니 9월 또 나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3. 낙농·육계 수급조절 난항
낙농산업의 경우 수급문제로 올 한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부터 시작된 원유수급불균형이 1년 내내 낙농산업을 괴롭혔다.
원유생산기준량 감축으로 인해 낙농가들이 고통을 겪었음은 물론이고, 유업체들도 넘쳐나는 분유재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착유소도태, 잉여원유가격 인하, 연간총량제 유보 등의 강력한 감축안들이 연이어 나왔음에도 수급상황은 좀처럼 좋아지지 못했다. 최근 수급상황은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내년도 수급전망이 밝지 못해 낙농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육계산업 또한 수급조절 실패로 인해 올해 내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미국발 AI발생으로 인해 닭고기 수입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 계열사 측에서 공급량을 늘렸지만 브라질산 닭고기 대체수입으로 인해 전체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육계산업은 최악의 불황을 맞았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육계협회 측에서는 정상적인 닭고기 소비 증가추세인 4%를 유지하기 위해 병아리 렌더링 처리, 닭고기 냉동비축을 실행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수급조절을 위해 종계수준에서 난계대질병 검사강화 또는 종계쿼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내년도 종계배부수가 약 940만수에 이를 예정이고, 이와 더불어 1월내에 미국산 닭고기 2만여톤이 수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닭고기 수급조절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4. 한우, 홍콩·삼계탕, 중국 수출 길 물꼬
마침내 한우 수출 길이 열렸다. 11월 19일 홍콩 정부와 쇠고기 수출을 위한 검역·위생 협상이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해 중단된 이후 15년 만에 쇠고기 수출이 가능해졌다. 그 홍콩행 수출 첫 물량이 12월 말 선적됐다. 이와 관련, 한우업계는 “전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한우고기가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계탕은 중국시장을 뚫어냈다.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중국시장 개척은 거대시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유 수출도 탄력을 받았다. 지난 7월 흰우유(살균유) 중국수출이 재개됐고, 지난 9월에는 할랄시장(말레이시아) 공급에 들어갔다. 조제분유 역시 이들 중국과 할랄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유제품 중국 수출의 경우 올해 2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밖에 젖소정액 38만스트로 우간다 수출 등 올해 유난히도 축산관련 수출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5. 각종 환경규제 대폭 강화
축산업의 생산기반 자체를 뒤흔들 각종 환경규제가 시행되거나 가시화됐다.
일부 행정조치의 3년유예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무허가축사에 대해 폐쇄명령까지 가능토록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 지난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돼 축산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축사와 축사를 연결하는 이동통로를 가설건축물로 인정하고,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건폐율에서 제외하되 육계와 오리농가에 대한 가축분뇨처리시설 의무를 면제하는 등 관련부처 합동으로 무허가축사 적법화 대책을 제시했지만 양축현장의 혼란과 충격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새로운 가축사육 제한거리 권고안을 통해 일부 축종에 대해서는 오히려 2배 가까이 확대, 축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새권고안을 토대로 기존보다 훨씬 강화된 지방조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 정부에서는 양분총량제 도입까지 사실상 기정사실화, 양축현장에서는 수입육과 한판 경쟁이전에 사육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무차별 환경규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6. 김영란법 의결…한우소비 직격탄 우려
올해 축산업계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내년 9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정의하는 금품의 항목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숙박권, 입장권, 할인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은 물론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또는 교통, 숙박 등도 모두 포함되어있다. 특히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그 한도 금액이 식사비용 5~7만원, 선물가액 5만원, 경조비용 10만원선으로 제시됨에 따라 한우농가들의 반발이 심해졌다.
대부분의 한우 선물세트 가격이 5만원 이상을 형성하고 있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한우 소비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게 한우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한우협회는 지난 8월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은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영란법으로 명절에 한우고기를 선물하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 없어져선 안된다”며 “한우업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7. 도축장구조조정법 일몰
정부의 도축장 구조조정사업은 2008년 도축장구조조정법을 제정하고, 도축장구조조정협의회가 발족하며 시작했다. 도축장 가동율이 소 22%, 돼지 42%로 50%를 넘지 못하게 되자 특단의 대책으로 법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된 것이다. 7년동안 17개의 도축장이 폐업했으나 신규진입 견제를 톡톡히 해왔다.
분담금은 소 한 마리 3천원, 돼지 한 마리당 300원이다. 이후 2014년부터 구조조정이 계속 답보상태에 이르자 2014년부터 두당 1천원, 100원으로 내려갔다.
지난 7년간 도축장 구조조정을 이끈 도축장구조조정협의회가 12월 31일부로 ‘해산’ 절차를 밟는다. 도축장구조조정추진협의회 분담금 중 현재 적립금은 196억원으로 집계됐고, 적립된 분담금 처리는 추후 협의키로 했다. 구조조정협의회는 그동안 도축장구조조정법 유효기간 연장과 관련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했으나, 도축장구조조정법 유효기간을 연장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는 현행 도축장구조조정법을 근거로 더 이상 도축장구조조정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8. WHO, 가공육과 적색육 발암물질 분류 논란
지난 10월 26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가공육(processed meat)과 적색육(red meat)을 각각 1군 및 2군 발암물질로 분류 발표했다. 매일 가공육(소시지, 햄 등 가공처리를 한 적색육)을 50g이상 섭취하는 경우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18%증가한다는 근거가 있으며, 매일 적색육을 100g이상 섭취하면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17% 증가한다는 내용이다.이에 따라 각종 언론은 여과 없이 적색육과 가공육이 암을 유발하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업체들은 가공육 매출이 40%이상 감소했다. 원료육 후지가격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 한국육가공협회(회장 이문용)와 함께 한국형 메쯔거라이(독일식 식육즉석판매가공업) 델리샵 ‘어반나이프’에서 소비자단체를 상대로 육가공품 및 축산물 소비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사협회, 축산식품학회, 식품안전협회 등 가공육의 1군 발암물질 분류 발표 이후 위축된 국내 육가공품 및 축산물의 소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여기저기서 마련됐다.
9. 축산업계 ‘실천적 상생’ 잰걸음…행동강령 선포
농협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국사료협회, 한국축산시설환경기계협회는 지난 11월 27일 대전 유성에서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 고품질 안전축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동반자로서 대내외적 여건변화에 따라 정체기를 맞고 있는 한국 축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발전과 제2의 도약에 모든 힘을 결집키로 했다.
축산업은 물론 사료, 축산환경시설기계 등 유관산업의 외연확대를 위한 축산 환경개선 및 관련제도, 정책개발에 협력하는 한편 재원마련에도 적극 동참키로 한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내 사료업계는 내년부터 4년간 100억원의 재원을 조성키로 하는 등 단순히 ‘말잔치’ 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공언했다.
이러한 노력이 축산업계 내부의 상생 행보라면 지난 16일 이뤄진 ‘축산농가 행동강령’ 선포는 국민과 상생을 위한 범축산업계의 실천적 상생의지를 표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축단협과 축산자조금연합은 식량산업이자, 농촌경제 주도산업의 종사자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방침아래 고품질안전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 친환경축산을 위한 사실상 양축현장의 자율실천 지침을 행동강령에 담아 정부와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축종을 망라한 공통강령과 축종별 세부강령으로 구성된 ‘축산농가 행동강령’ 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국의 양축농가에 배포된다.
10. 한·중FTA 발효…무역이득제 법제화 외면
11월 30일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12월 20일 이들 나라와 FTA가 발효됐다. 사실상 모든 축산 교역국과 관세없는(단계적 축소) 자유무역이 시작된 것이다.
관세장벽이 무너지면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축산 등 농축산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농축산인들은 FTA를 통해 수혜를 보는 산업에서 이익 일부를 떼어내 농축산업 등 취약산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는 ‘타산업과 형평성’, ‘과도한 재산권 제한’, ‘피해액 계량화 불가’ 등을 들이대며,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를 애써 외면했다. 대신,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조성을 제시했다.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농축산인들은 “그 피해액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거지 동냥주는 거냐”며 생색내기용 또는 명분살리기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