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재형 편집팀장 세월호 대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깊은 슬픔과 비통의 소용돌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한의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반복되는 인재에도 무기력하기만한 걸까. 재난형 사고를 겪을 때마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불거지지만 그때뿐이다. 세계의 외신들도 세월호 참사를 두고 서해훼리호 등 과거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여객선 침몰사고를 언급하며 “큰 아픔을 겪고서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안전 불감증’은 축산업계에서도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지난 2010년 사상 최악의 FMD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축산업은 뼈저린 고통과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업계 모두가 막대한 피해를 감내하며 눈물겨운 복원 노력을 통해 현재는 FMD 백신 청정국 지위 획득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백신접종은 생각만큼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양돈의 경우 항체 형성률도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축산현장에선 “FMD가 FTA보다 더 무섭다”, “다시 한 번 터지면 끝이다”라는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지만 한켠에선
이상호본지 발행인FTA 없이도 미·일 동맹 단단하기만경제영토 확장, 현란한 수사(修辭)일뿐손에 잡히는 대책 없는 정부에 절망요즘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최상(最上)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긴밀하다.지난달 말 국빈자격으로 방일(訪日)했던 오바마 미대통령은 센가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는 미·일 안보조약의 대상이라고 공개 선언하는 등 중국의 부상에 좌불안석인 일본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 주었다. 하지만 일본이 농축산물을 양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음으로써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합의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공식호칭 대신 서로 이름을 부르며 변함없는 ‘닭살애정’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며칠 전 한 조간신문은 국제면 톱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미·일 안보 ‘굳건’, 경제 ‘삐걱’.난데없이 조간신문 기사제목을
캐나다·호주와의 FTA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제 축산선진국 가운데 뉴질랜드와의 협정체결만 남겨 두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속도를 내고 있는 축산선진국들과의 FTA로 인해 축산업 종사자들의 가슴은 시름이 깊어지다 못해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바닥이 된지 오래다. FTA 얘기만 나오면 경제관료는 물론이고 재계와 경제학자들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형편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찬양까지 나온다.축산인들은 나라형편상 FTA가 불가피하다면 이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대책을 강구한 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코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축산인들의 이러한 호소에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금
윤봉중본지 회장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야생마의 천적 중에는 박쥐도 있다. 포식자도 아닌 박쥐가 말의 천적이라니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이 흡혈박쥐는 말의 다리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데 말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제 배를 채운 후에야 유유히 사라진다. 박쥐에게 물린 야생마는 마침내 목숨을 잃게 되는데 동물학자들은 말이 빼앗긴 피가 결코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독자들께서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야생마의 사인(死因)은 공포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야생마는 흥분해서 날뛰다가 기력이 다해 죽는 것이다. 역대 최악인 이번 AI 사태에 흡혈박쥐에게 물려 날뛰는 야생마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이유는 왜일까.컨트롤타워 부재…허둥된 방역대응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1월 중순 전북 고창에서 AI가 확인된 이후
그녀곁에 묻어달라 ‘보티첼리’저 매화에 물을 주라는 ‘퇴계’우연히 보티첼리라는 화가와 그가 사랑한 여인 시모네타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보티첼리라는 화가는 잘 몰라도 그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조가비 위에 아름다운 여인이 그려진)’이라는 그림은 안다.주목되는 것은 그 비너스의 탄생에 그려진 여인의 모델이 보티첼리가 사랑했던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미녀로 칭송되던 ‘시모네타’라는 여인이었다.하지만 보티첼리는 시모네타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했다. 시모네타가 23살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이다. 보티첼리는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를 생각하며 그 유명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티첼리는 65세로 죽기전 그녀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애절한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는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문득 퇴계 이황이 유언
최근 우유 소비 기반 확대를 위한 낙농육우협회의 노력이 돋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북해도의 한 지방 정부가 모든 행사에서 건배는 우유로 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조례를 추진한다는 해외소식(본지 제2781호 남인식의 해외낙농정보)이 새삼 떠오른다.지난 신문을 들춰 다시 살펴보니 지역 특산 우유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자 지역발전위원회가 이 같은 조례를 추진키로 했다고 전하고 있다.참 부럽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유 건배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전혀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본지가 매년 신년 벽두에 개최하는 축산인신년교례회에서 건배는 우유로 진행돼 왔다. 모든 참석자들이 우유를 들고 건배를 외치던 모습은 해마다 보지만 늘 신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우유 건배를 이웃 일본 지방 정부에서 조례로 의무
매화 가지 끝엔 둥근달언뜻 코끝을 스치는 청향벌써 탐매여행이 설렌다한 바탕 입춘 추위가 매섭더니 이젠 겨울이 다 가고 봄이다 싶게 따뜻하다. 강원 영동지방과 경북 동해안의 기록적 폭설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으나 그래도 봄은 곧 올 터이다. 봄이 오면 필자는 탐매여행을 즐긴다. 근 10년 가까이 순천 선암사와 구례 화엄사를 찾아 매화 향기에 취하곤 했다. 올해는 도산서원의 매화원을 찾을 예정이다. 퇴계 선생의 매화시첩을 다시 펴보지 않을 수 없다.陶山月夜영梅(도산월야영매/도산 달밤에 매화를 읊다)라는 제목의 시다.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날씨 차가운데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떠오르네不須更喚微風至(불수경환미풍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이르니自有淸香滿院間
지난 해 국내 쇠고기 자급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해 쇠고기 국내 생산량은 25만7천톤, 수입량은 25만5천톤으로 잠정 집계 했다. 이같이 쇠고기 자급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됐던 2009년 이후 4년만이란 분석이다. 미국, 호주 등 쇠고기 수출국들의 치열한 국내 시장 쟁탈전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자급률이 50%를 넘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우선 지난 해 쇠고기 자급률이 50%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국내산 쇠고기 공급 증가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국내 소 사육농가들의 소값 하락의 고통 속에서 얻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쇠고기 수출국들이 국내 소 사육농가들의 고통을 생각해서 수출을 적게 한 것은 아니다. 연중 실시된 할인행사를 통해 수입 쇠고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그
설 연휴 민족 대이동에 따른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가, 그야말로 우려에 그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병원성 AI 발생 3주째다. 지난 2일 충북 음성 종오리 농장과 전북 정읍 토종닭 농장이 의심 신고한 이후 잠잠해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소강 상태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여기서 더욱 긴장감을 갖고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됨을 강조하며 이번 AI 사태를 두 가지 키워드로 다시 한 번 짚어 본다.그 첫 번째 키워드는 철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달 28일 역학조사위원회(위원장 김재홍·서울대 교수)를 열고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이 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과거 국내 발생 고병원성 AI는 H5N1형이었고, H5N8형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최근 3년간 국내 모든 가금류와 야생 철새를 대상으로 실시된
가축질병 청정국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연초부터 농축산부는 가축질병 청정국을 목표로 FMD, AI 등 주요 해외 악성 질병에 대한 철저한 차단 방역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지난 16일 의심 신고된 AI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되면서 청정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 걸음 물러서게 됐다. 지난 2011년 5월16일 이후 32개월만의 고병원성 AI재발은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차단방역에 임해 왔던 축산농가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무엇보다 이번에 발생된 고병원성 AI 타입이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H5N8’형이며, 그것이 철새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철새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떼 지어 옮겨 다닌다. 그렇게 떼 지어 옮겨 다니는 철새(가창오리)가 수시로 배설하는 분변 등으로부터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시 이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고 새해를 맞았다. 우선 축산인의 꿈꾸는바 모든 것이 다 이뤄지길 바란다.그러나 우리 축산인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해마다 해결되기를 바랐던, 아주 고질적인 현안이 있다. 지자체의 환경을 내세운 생산 규제, 소비자들의 막연한 육식 유해론, 본격적인 FTA 시대 개막에 따라 높아진 개방파고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올 해는 무엇보다 이 세 가지의 고질적인 축산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1. 생산 규제지자체가 가축분뇨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을 규제함으로써 축산인들이 설 자리를 놓고 안절부절 한지 꽤 오래됐다.축산인들은 그동안 가축분뇨 문제로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 왔다. 가축 분
계사년이 저물고 있다. 붉은 석양 속으로 스러져가는 한 해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뒤돌아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었으랴마는 계사년은 유난히도 다사다난의 연속이었다. 올 한 해는 미국과 EU에 이어 연속되는 FTA와 산지 축산물값 하락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로 얼룩진 한 해였다. 그러나 2013년을 뒤로 하고 밝아 오는 새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한 해를 보내는 축산인의 심경은 착잡할 틈이 없으며 비장해야 한다.새해에는 벽두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른바 TPP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T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서 우리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EU 등과의 양자간 FTA 보다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대외적 환경은 이제 우리